Datilnine

by 달숲

2024-05-25

Zapiecek

폴란드 전통음식점으로 이미 잘 알려진 Zapiecek(자피에첵)은 바르샤바에만 10개 가까운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 여행 중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 제가 방문한 지점은 신세계 거리 초입인 Nowy Świat 64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이 거리는 바르샤바의 가장 유명한 상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Zapiecek은 입구에 항상 서버를 배치해 놓아 방문 시 자리 안내를 바로 받을 수 있는데, 다른 지점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본 적이 있어, 아마 본사에서 지침으로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owy Świat 거리에서 바라본 Zapiecek 입구 (사진: Datilnine)

Nowy Świat 거리에서 바라본 Zapiecek 입구 (사진: Datilnine)

제가 방문한 지점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복층 구조였으며, 지하로 내려가면 훨씬 넓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집니다. 지인과 함께 자리를 고르고 메뉴를 고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폴란드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 서버가 능숙한 영어로 주문을 받아주었습니다. 폴란드어 메뉴판뿐만 아니라 영어 메뉴판이 있어 메뉴를 고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메뉴판은 폴란드어와 영어로 되어 있어 선택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특히 다양한 메뉴가 여러 장으로 나뉘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음식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폴란드 음식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쉽게 음식의 비주얼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Placek ziemniaczany XXL z gulaszem(굴라쉬를 곁들인 XXL 감자 팬케이크)와 Pierogi Ruskie(러시아식 만두), Pierogi z ziemniakami i cebulą(감자와 양파를 넣은 만두), Pierogi ze szpinakiem i Fetą(시금치와 페타치즈 만두)를 주문하고, 음료로는 500ml 레모네이드를 두 잔 주문했습니다. 다양한 맛의 만두를 맛보고 싶어, 9개의 구운 Pierogi(피에로기, 폴란드 전통 만두)를 세 가지 맛으로 나눠 주문했는데, 메뉴판에서 최소 9개부터 원하는 대로 맛을 조합할 수 있다는 옵션이 있어 이를 활용했습니다. 또한 피에로기에 곁들일 소스로는 사워크림을 선택했습니다. 만두 조리법은 구운 것, 삶은 것 등으로 나뉘어 있어서 기호에 맞게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메뉴를 읽는 동안 Zapiecek은 할머니 세대가 전수해준 방식대로 매일 손으로 만두를 빚고, 폴란드산 자연 재료만 사용하며 보존료, 색소, 향료 등의 인공 첨가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되어 있어 음식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주문을 마친 후 주위를 둘러보니, 폴란드의 전통적인 알록달록한 Wycinanki 문양과 손으로 적은 메뉴 이름 같은 친근한 인테리어 요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천장에는 나무로 만든 귀여운 모빌이 달려 있었고, 벽면에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피노키오, 미녀와 야수, 밤비 등 저 역시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이야기들로, 아이들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한 식당의 세심함이 돋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난색 계열로 꾸며진 벽과 원목 가구들이 시골 할머니 댁을 연상시키며 포근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Zapiecek의 친근한 인테리어 (사진: Datilnine)

Zapiecek의 친근한 인테리어 (사진: Datilnine)

먼저 서빙된 500ml의 레모네이드는 이름에 걸맞게 거대한 유리잔에 담겨 나왔습니다. 얼음과 레몬 슬라이스로 가득한 잔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졌고, 특히 얼음 위에 올려진 빨간 열매와 초록 민트 잎을 보니 왠지 크리스마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한 모금 마셔보니, 기대했던 대로 레몬의 상큼함과 시원함이 입안 가득 퍼졌고, 레모네이드의 새콤달콤한 맛이 본격적인 식사를 준비하는 듯 입맛을 돋워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대용량이라 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해주었습니다.

500ml 대용량 레모네이드 (사진: Datilnine)

500ml 대용량 레모네이드 (사진: Datilnine)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굴라쉬를 곁들인 감자 팬케이크와 피에로기가 한 번에 서빙되었습니다. 앞서 대용량 레모네이드에 이어 XXL 감자 팬케이크 역시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비주얼이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굴라쉬에는 고기와 채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었고, 감자 팬케이크 위에는 사워크림과 쪽파가 토핑으로 올려져 있었습니다. 굴라쉬는 약간의 매콤함이 가미된 걸쭉한 토마토 소스를 먹는 느낌이었는데, 안에 들어간 고기와 채소 건더기가 매우 부드럽게 조리되어 굳이 나이프를 쓰지 않아도 쉽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감자 팬케이크는 한국의 감자전과 맛이 유사한데, 굴라쉬와 사워크림을 얹어 한 입 먹으니 고소하고 짭짤한 맛에 산미도 약간 느껴지는 것이 맛이 매우 좋았습니다. 많이 매운 음식은 아니지만, 외국의 느끼한 맛에 질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굴라쉬를 곁들인 XXL 감자 팬케이크 (사진: Datilnine)

굴라쉬를 곁들인 XXL 감자 팬케이크 (사진: Datilnine)

윤기나고 노릇하게 구워진 피에로기가 서빙되었을 때, 저와 지인은 잠시 갸우뚱했는데요. 9개의 피에로기가 각각 어떤 맛인지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금치가 들어간 피에로기는 다른 맛 피에로기에 비해 몸통 부분이 약간 더 어두운 색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지만, 나머지 6개는 감으로 골라 먹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이 하나의 복불복 게임 같아서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금치와 페타치즈 맛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 피에로기는 모두 감자가 들어간 종류여서 맛이 매우 비슷했지만, 저희가 선택한 사워크림 소스는 3가지 피에로기 전부와 잘 어울렸습니다. 저는 이날 Zapiecek의 피에로기를 먹기 전, 마트에서 파는 제품만 몇 차례 사다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한국의 만두와는 다르게 만두피가 두꺼워 식감이 다소 낯설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피에로기는 속재료의 색이 어느 정도 보일 만큼 적당한 두께의 만두피로 만들어져 마트 제품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500ml 레모네이드가 식사 도중 음식 맛이 물리려고 할 때마다 기름진 입안을 개운하게 정돈해 주어 마지막까지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푸짐한 한 상 (사진: Datilnine)

푸짐한 한 상 (사진: Datilnine)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 보니, 입장할 때는 배가 고파 미처 보지 못했던 피에로기 모양의 인형탈과 벽에 걸린 수많은 액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세계 거리를 구경할 때 이 인형탈을 쓰고 호객하는 사람들을 종종 봤었는데, 이렇게 천장에 매달아 장식해 두다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벽에 걸린 액자 속 사진들은 하나같이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고, 그만큼 이 식당이 오랜 시간 동안 영업을 해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피에로기 인형탈과 수많은 액자들 (사진: Datilnine)

피에로기 인형탈과 수많은 액자들 (사진: Datilnine)

피에로기 인형탈을 쓴 알바생의 모습 (사진: Datilnine)

피에로기 인형탈을 쓴 알바생의 모습 (사진: Datilnine)

Zapiecek은 바르샤바 전역에서 할머니 세대의 방식 그대로 따뜻한 폴란드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방문한 지점은 신세계 거리 초입에 위치해 있어, 이 거리를 둘러보기 전이나 후에 들르기 좋은 위치였습니다. 이날 저희는 2명이서 메뉴 2개와 음료 2잔을 시켜 배불리 먹고 132zł(한화 약 45,000원)를 지불했는데, 바르샤바 외식 물가와 음식의 양을 고려했을 때 평균적인 가격대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만약 더 많은 인원이 함께 방문한다면,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나눠 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르샤바에서 따뜻한 폴란드 가정식이 생각난다면, Zapiecek을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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