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ilnine

by 달숲

2024-09-09

Słoik

바르샤바 한가운데서 현지 분위기를 느끼며 식사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Słoik(스오이크)는 폴란드어로 ‘병’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는 bottle 형태의 입구가 좁은 형태의 것과 jar 형태의 입구가 넓은 형태의 것 모두를 일컬어 ‘병’이라고 부르는 반면, 폴란드에서의 Słoik라는 단어는 이 중에서도 특히 ‘잼이나 꿀 등을 담는 입구가 넓은 병’을 뜻합니다. 이곳은 문화과학궁전 바로 맞은 편의 Złota 11에 위치하고 있어, 바르샤바에 한 번이라도 와 보신 분이라면 한번쯤 지나쳤을 법한 곳에 있습니다. 지하철 M1 라인의 Centrum역, 환승역인 Świętokrzyska역 두 곳에서 매우 쉽게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모임을 계획하기에도 부담 없는 위치입니다. 낮 12시부터 최대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곳이기 때문에, 저녁에 Złota 거리를 지나치는 분들은 이곳의 녹색 네온사인을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Novotel Warszawa Centrum 건물을 등지고 걷다 보면 외벽에 재미있는 벽화가 눈에 띄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르샤바를 상징하는 인어상, 문화과학궁전, 국립 경기장 등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빨간색과 청록색의 보색 대비를 사용한 그림인데도, 거리에서 크게 튀지 않고 전체 풍경과 잘 어울려 보이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Złota 거리에서 바라본 Słoik 입구 (사진: Datilnine)

Złota 거리에서 바라본 Słoik 입구 (사진: Datilnine)

저는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했는데, 이미 점심시간이 한창일 때여서 그런지 식당에는 이미 꽤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식당 입구에서 자리 안내를 기다리고 있으니, 큰 페인트 통처럼 생긴 녹색 화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식당 간판을 포함해 곳곳에 싱그러운 느낌의 녹색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리 안내를 대기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이날은 날씨가 맑아 고민없이 테라스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현지인인 지인에게는 폴란드어, 저에게는 영어 메뉴판을 챙겨주는 서버의 따뜻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Słoik의 상징 같은 녹색 (사진: Datilnine)

Słoik의 상징 같은 녹색 (사진: Datilnine)

메뉴에는 Pierogi, Rosół, Żurek과 같은 폴란드 전통음식도 있고, 버거, 샐러드, 파스타 등과 같이 누구나 호불호 없이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습니다. 비건 메뉴 역시 준비되어 있어 채식하시는 분들도 걱정 없이 식사가 가능합니다. 음식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메뉴와 가장 비싼 메뉴 간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났지만, 메인 메뉴는 대체로 40zł(한화 약 14000원) 정도의 가격이었습니다. 다만 음료의 가격은 조금 비싸다고 느껴져 코카콜라 제로 250ml 한 병(11.90zł)만 주문했습니다. 저는 이날 Słoik burger를, 함께한 지인은 Cezar z panierowanymi boczniakami(튀긴 느타리버섯을 곁들인 시저 샐러드)를 주문했습니다.

Słoik burger는 벨기에식 스타일 감자튀김과 마요네즈 소스와 함께 나무 트레이에 담겨 나왔는데, 버거를 감싸고 있던 종이 포장지를 벗겨내니 두툼한 소고기 패티가 먼저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장자리가 불규칙한 모양으로 잘린 버거 번을 보니, 수제의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버거 안에는 적양파, 토마토, 양상추, 소고기 패티, 절인 무, 스리라차 마요 소스 그리고 부순 나쵸 칩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쵸 칩이 들어간 버거는 처음 먹어봤는데 버거 맛과 함께 바삭하게 부서지는 옥수수의 풍미가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처음에 스리라차 마요 소스의 맛이 조금 더 느껴질 것을 예상했는데, 푸짐한 양의 버거를 먹다보니 소스가 살짝 부족하다고 느껴 옆의 마요네즈 소스를 조금씩 곁들여 먹었더니 괜찮았습니다.

감자튀김은 갓 튀겨나와 거의 뜨거운 상태였는데,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먼저 마요네즈 소스 없이 단독으로 먹어보았더니, 꽤 짭짤한 맛이 강했고 마요네즈 소스와 함께 먹었을 때 짠맛이 중화되면서 감자튀김의 고소함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지금 음식 사진을 다시 보니 감자튀김과 마요네즈 소스 모두 작은 słoik에 담겨 나왔네요. 식당의 컨셉을 보여주는 귀여운 요소인 것 같습니다.

Słoik burger (사진: Datilnine)

Słoik burger (사진: Datilnine)

지인이 주문한 튀긴 느타리버섯 시저 샐러드도 제 버거와 거의 동시에 서빙되었는데, 루꼴라, 로메인, 방울토마토와 함께 튀긴 느타리버섯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체적인 샐러드 색감이 청록빛 도기 그릇과 어울리며 식욕을 한층 돋궈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같은 음식이 흰색 그릇에 나왔다면 이 정도로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얼핏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닭고기가 들어간 시저 샐러드처럼 보이지만, 튀긴 느타리버섯을 제외하면 나머지 재료들은 일반적인 시저 샐러드와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저도 느타리버섯 한 조각을 먹어봤는데, 고소한 튀김옷 속에 버섯의 채즙이 어우러져 채소를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거부감 없이 잘 먹을만한 맛이었습니다.

Cezar z panierowanymi boczniakami (사진: Datilnine)

Cezar z panierowanymi boczniakami (사진: Datilnine)

Słoik에서의 점심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한 끼였습니다. 특히 Słoik 버거는 두툼한 소고기 패티와 바삭한 나쵸 칩이 잘 어우러져 독특한 식감과 맛을 선사했습니다. 감자튀김 역시 갓 튀겨져 짭짤하고 바삭해 만족스러웠고, 병(słoik) 모양 그릇을 활용한 작은 서빙 디테일도 재미있었습니다. 튀긴 느타리버섯이 들어간 시저 샐러드는 색감부터 식욕을 자극했고, 버섯의 고소함 덕분에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외국인인 저에게는 영어 메뉴판을, 현지인인 지인에게는 폴란드어 메뉴판을 건네준 서버의 세심한 배려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곳은 주중 5일 동안 요일별로 진행되는 프로모션도 매력적인데, 버거나 피에로기 등 식사 메뉴는 물론, 모히토나 마가리타 같은 칵테일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으니, 방문 전에 꼭 확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바르샤바 여행 중 도심 한복판에서 캐주얼한 느낌의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Słoik를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업시간도 최대 자정까지이므로, 하루 일정이 끝난 후 여유 있는 저녁 식사 또한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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