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ilnine

by 달숲

2024-07-31

Miska Pho & BubbleFly

한국인으로서 해외에 머무르다 보면 정통 한식이 그립기도 하지만, 종종 쌀국수나 스프링롤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음식이 당기기도 합니다. 오늘은 베트남 음식이 생각날 때 찾기 좋은 Miska Pho & BubbleFly 방문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곳은 Złota 6에 위치한 베트남 식당으로, 지하철 환승역인 Świętokrzyska역과 M1 라인의 Centrum 역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황색 배경에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은 귀여운 여자 캐릭터가 그려진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은 근처에 문화과학궁전, 바르샤바 국립미술관, 즈워테 타라시 등 유명한 관광 명소들이 가득해 여행 일정에 추가하기 좋은 곳입니다. 저는 오늘 한국인 지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먹으러 7시 경 방문했습니다. 식사는 내부와 외부 자리에서 모두 가능했는데, 이날은 날이 더워 외부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Miska Pho & BubbleFly 입구 전경 (사진: Datilnine)

Miska Pho & BubbleFly 입구 전경 (사진: Datilnine)

메뉴판은 아쉽게도 베트남어와 폴란드어로만 되어 있어 구글 앱 번역 기능과 저희의 상상을 이용해야 했지만, 저희 테이블을 담당했던 서버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해 어렵지 않게 주문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소고기가 들어간 국물 쌀국수 중 가장 기본으로 보이는 Phở bò chín(포 보 친)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날은 품절되었다고 해서 Phở bò tái(포 보 타이) 1개와 Nem cuốn sống bò xào(볶은 소고기와 채소를 넣은 스프링롤)를 주문했습니다. 쌀국수에는 고수가 들어가기 때문에 주문시 서버에게 고수를 빼달라고(bez kolendry, without coriander) 미리 얘기하시면 됩니다. 저는 고수를 못 먹어서 고수 없이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서버에게 품절되었다는 쌀국수 메뉴인 Phở bò chín과 Phở bò tái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부탁했는데, Phở bò tái는 익히지 않은 소고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 익혀 나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쌀국수 안에 생고기라니 비주얼이 전혀 상상이 안 갔지만, 추천 메뉴로 표시가 되어 있어 잘 팔리는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기다렸습니다.

식당 앞 이정표 역할을 하는 귀여운 블랙보드 (사진: Datilnine)

식당 앞 이정표 역할을 하는 귀여운 블랙보드 (사진: Datilnine)

저희가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한 팀의 중국 손님들이 도착해 식당 손님의 비율은 어느새 아시아인 반, 현지인 반이 되었습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소스 트레이와 스프링롤이 먼저 서빙되었습니다. 소스 트레이에는 4개의 각각 다른 소스가 있었는데, 전부 어떤 소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매운 것을 좋아하는 저와 지인은 고춧가루 입자가 보이는 빨간색 소스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스프링롤은 메뉴 1개당 3개의 스프링롤이 피쉬 소스와 함께 제공되는데, 하나만 먹어도 어느 정도 허기를 채울 수 있을만큼 크기가 은근 크고 안에는 고기, 채소, 쌀국수 면으로 가득했습니다. 쫄깃한 라이스페이퍼 안에 들어간 고기가 갈비나 불고기 양념과 비슷한 맛이었고, 피쉬 소스 약간을 곁들여 먹으니 감칠맛이 훨씬 좋았습니다. 다만 스프링롤에 고수가 들어가는 것이 베트남 현지의 정통 방식인 것인지 여기에도 고수가 들어있었습니다. 저처럼 고수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은 스프링롤을 주문하실 때에도 서버에게 미리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곧이어 주문하고 나서도 은근 걱정(?)이 되었던 쌀국수가 등장했습니다. 신선한 파와 숙주가 올라가 있고, 국물만 봐도 푹 우러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쌀국수 위에 올라간다던 생 소고기는 뜨거운 국물에 완전히 익어 있어, 이런 타입의 쌀국수를 처음 먹는 저희에게도 그닥 낯선 비주얼은 아니었습니다. 쌀국수를 받자마자 국물부터 한 입 먹어봤는데, 보이는 것처럼 국물이 진했고 개운했습니다. 구글 리뷰에는 베트남 현지의 맛과 정말 비슷하다는 평이 많은데, 저는 베트남에는 가본 적이 없어 그 맛을 모르지만 한국에서 흔하게 먹던 쌀국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국식 쌀국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 먹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숙주 양이 적고, 쌀국수에 양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국물 맛은 거의 비슷했으나 끝맛에 피쉬 소스의 맛이 살짝 느껴졌습니다. 소고기는 어떤 부위를 사용했는지 거의 입에 넣자마자 녹는 느낌이었는데요. 그만큼 오래 씹지 않아도 고기가 매우 부드럽게 술술 넘어갔습니다. 게다가 뜨거운 온도로 오래 조리하지 않았는데도, 잡내 하나 없이 신선한 고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쌀국수 면은 한국에서 흔히 먹던 쌀국수보다 조금 더 넓은 면처럼 보였는데, 거의 칼국수 면과 비슷했습니다. 국물과 건더기의 양도 많아 전반적으로 정말 맛있는 쌀국수였습니다.

Phở bò tái와 Nem cuốn sống bò xào (사진: Datilnine)

Phở bò tái와 Nem cuốn sống bò xào (사진: Datilnine)

Miska Pho & BubbleFly는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덕분에 더욱 즐거운 식사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저희 테이블을 담당한 서버는 한국어로 대화하는 저와 지인의 대화를 듣고 한국에서 왔냐고 물으며, 한국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와 ‘빈센조’의 팬이라고 말해 주었는데요. 저희는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아 이에 대한 이야기는 더 깊게 나눌 수 없었지만, K-드라마를 좋아하는 외국인을 해외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덕분에 더 친근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서버의 따뜻한 환대 덕에 다음번 방문에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곳은 식당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버블티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날은 식사만으로 배가 너무 불러 맛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구글 리뷰에서도 쌀국수만큼이나 버블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매우 많은 편이니, 바르샤바에 방문하신다면 이곳에서 맛있는 쌀국수를 즐긴 후 달콤한 버블티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힙한 느낌이 가득한 식당 옆 건물 외벽 (사진: Datilnine)

힙한 느낌이 가득한 식당 옆 건물 외벽 (사진: Datilnine)

방금 읽은 콘텐츠, 마음에 드셨나요? 인스타그램 네이버 에서 다틸나인을 팔로우해주세요.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