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ilnine

by 달숲

2024-08-15

Manekin

오늘은 폴란드에서 저렴하지만 배부른 브런치를 드시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Manekin(마네킨) 리뷰를 들려드립니다. Manekin은 바르샤바, 포즈난, 비드고슈치에 각 2개 지점이 있고, 슈체친과 그단스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운영되는 크레페 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입니다. 제가 방문한 지점은 바르샤바의 Marszałkowska 140에 위치한 곳으로, 지하철 환승역 Swietokrzyska역에서 내려 2분 정도 걸어가면 볼 수 있습니다. 접근성, 맛, 가격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주말에는 햇살이 강한 오후에도 식당 앞에 긴 대기줄이 늘어져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는데, 저는 평일 오전 10시경 방문해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6월 말 바르샤바의 아침 날씨는 많이 덥지 않아서, 식당 내부로 들어가는 대신 테라스석을 선택했습니다.

Manekin 입구 전경 (사진: Datilnine)

Manekin 입구 전경 (사진: Datilnine)

보통 한국에서 크레페 하면 식사보다는 달콤한 맛의 간식 메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Manekin에서는 과일과 초콜릿이 들어간 달콤한 크레페뿐만 아니라, 육류와 치즈 등이 들어간 짭짤한(Savory) 크레페 등 총 50여 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크레페 메뉴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옥수수 가루 반죽 혹은 계란 없이 오트 밀크와 허브를 사용한 반죽으로 만든 메뉴와 비건 메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짭짤한 크레페에는 취향대로 9가지의 소스를 함께 주문할 수 있으며, 햄/올리브/채소/치즈 등의 토핑을 추가하거나 반죽을 변경해서 커스텀 메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가격대는 일반적으로 약 30zł(한화 약 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는데, 음식의 양과 바르샤바 외식 물가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편입니다. 게다가, 매일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는 아침 프로모션으로 1인당 30zł도 안 되는 가격에 음료까지 해결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주문 가능한 아침 메뉴 중 Pancakes z jajkiem sadzonym i bekonem(구운 계란과 베이컨을 곁들인 팬케이크)과 Lemoniada cytrynowa(레모네이드)를 선택했습니다. 일반 메뉴판 역시 폴란드어, 영어 두 가지 버전 모두 구비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지점마다 프로모션 시간이나 내용, 메뉴 등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확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폴란드어, 영어 버전의 아침식사 메뉴판 (사진: Datilnine)

폴란드어, 영어 버전의 아침식사 메뉴판 (사진: Datilnine)

얇게 썬 레몬 조각과 초록색 민트 잎으로 예쁘게 단장한 레모네이드가 먼저 서빙되었습니다. 한 입 마셔보니, Aioli에서 마셨던 레모네이드는 서양배가 첨가되어 조금 더 달콤한 맛이 있었다면 Manekin의 레모네이드는 레몬 자체의 상큼한 맛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빨대로 민트 잎을 살짝 짓이겨 주었더니, 청량한 레몬맛에 향긋한 허브향이 더해지면서 모히또 느낌의 익숙한 풍미가 났습니다. 한국에서 마시는 레모네이드 음료들은 대체로 단맛과 탄산의 느낌이 강한데, 폴란드의 레모네이드는 그보다는 레몬의 맛을 더 강조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Manekin의 레모네이드는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음료였습니다.

레모네이드 비교 - 왼쪽 Manekin, 오른쪽 Aioli (사진: Datilnine)

레모네이드 비교 - 왼쪽 Manekin, 오른쪽 Aioli (사진: Datilnine)

이윽고 등장한 팬케이크는 예상보다 훨씬 푸짐했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구워진 팬케이크 두 장 위에 노릇하게 구운 베이컨과 반숙 계란 프라이, 그리고 신선한 바질 잎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옆에는 상큼한 미니 샐러드와 딜 요거트 소스까지 곁들여져, 비주얼부터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알맞게 구워진 도톰한 베이컨이 달콤한 팬케이크와 훌륭한 단짠 조합을 이루어냈습니다. 이날 식사를 함께한 지인이 이 베이컨 맛에 반해 바르샤바에 머무는 동안 매일 베이컨을 사다 먹었을 정도였습니다. 반숙 계란 프라이와 딜 요거트 소스는 전체적인 맛을 부드럽게 감싸주었고, 미니 샐러드 역시 요거트 베이스의 가벼운 드레싱 덕분에 팬케이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팬케이크 외에도 채소가 충분히 곁들여져 있어, 건강하면서도 속이 편한 아침 식사로 딱이었습니다.

구운 계란과 베이컨을 곁들인 팬케이크 (사진: Datilnine)

구운 계란과 베이컨을 곁들인 팬케이크 (사진: Datilnine)

이날 Manekin에서의 아침 식사는 지인을 2년만에 만나는 자리였는데, 간단한 아침 식사만 하고 헤어지기 아쉬워 디저트 메뉴를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이곳의 디저트 메뉴는 총 5가지가 있는데, 저희의 선택은 여름에 딱 맞는 Prawdziwe Lody z owocami sezonowymi(계절 과일을 곁들인 아이스크림)였습니다. 일단 아이스크림이 서빙되었을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비주얼에 잠깐 놀랐는데요. 접시의 아래층은 바닐라맛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이 있었고, 위에는 딸기, 청포도, 민트 잎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외에도 Faworki 조각들이 올라가 있었다는 것인데, 예전에 마트에서 구입해 먹어본 기억이 있어 보자마자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뽀얗게 쌓인 눈 같은 슈가파우더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어보니, 진한 바닐라맛과 과일의 새콤달콤함이 Faworki와 만나 재미있는 식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저와 지인 둘다 팬케이크를 다 먹어서 이미 배부른 상태였는데도, 이 아이스크림 접시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전부 비워냈습니다.

계절 과일을 곁들인 아이스크림 (사진: Datilnine)

계절 과일을 곁들인 아이스크림 (사진: Datilnine)

이날의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 이후, 거의 2달 만에 다시 같은 Manekin에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평일 점심 시간대에 방문해 보았고, 식당 내부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이 자리는 특이하게 입구 맞은편에도 좌석이 있고 하절기라 그런지 입구 문을 항상 열어 두어서,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할 수 있는 나름의 명당이었습니다. 식당 손님 대부분은 역시 현지인들이었는데, 여름휴가 기간이어서 그런지 한국인 손님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식당 내부의 좌석들은 조금씩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고, 의자 또한 쿠션감 있는 제품이어서 테라스석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식사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식당 내부 전경 (사진: Datilnine)

식당 내부 전경 (사진: Datilnine)

이번에는 방문 전부터 미리 눈여겨봤던 15번 메뉴, Kurczak marynowany, camembert, żurawina(양념된 닭고기, 까망베르, 크랜베리)를 먹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품절이어서, 대신 14번 메뉴인 Kurczak, szpinak, zielona cebulka, śmietana (닭고기, 시금치, 그린 어니언, 크림)를 주문했습니다. 곁들일 소스는 서버의 추천을 받아 koperkowy(딜)로 선택했습니다. 인터넷에서 Manekin 크레페 사진을 많이 봤지만, 실제로 접한 크레페는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네모난 크레페와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선택한 딜 소스가 감각적인 접시에 함께 서빙되었습니다. 크레페를 먹기 전, 먼저 양배추 샐러드를 한입 먹어보았는데, 신선한 새콤달콤함이 입맛을 돋우며 본격적인 식사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샐러드가 크레페만큼이나 맛있어서 레시피가 궁금해질 정도였습니다. 다음으로 얇은 크레페 반죽을 잘라보니, 푸른 시금치와 닭고기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요. 얼핏 보면 시래기 느낌이 났던 시금치는 부드럽게 조리되었고, 닭고기 역시 완벽하게 조리되어 두 재료가 잘 어우러졌습니다. 시금치와 닭고기의 조합은 한국에서도 흔한 재료들이지만, 외국에서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접하게 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크레페가 커서 그런지 속이 꽉 차 있었고, 채소와 고기가 듬뿍 들어 있어 포만감이 상당한 식사였습니다.

닭고기 시금치 크레페 (사진: Datilnine)

닭고기 시금치 크레페 (사진: Datilnine)

Manekin은 단순히 접근성 좋은 위치와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뉴와 높은 퀄리티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식당입니다. 바르샤바를 비롯한 폴란드 내 여러 도시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우수하며, 특히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몇 분 거리인 지점들도 있어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짭짤한 크레페부터 달콤한 디저트 크레페, 비건 옵션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데, 취향에 맞는 소스와 토핑을 추가해 자신만의 맞춤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가격 또한 합리적인데, 약 30zł(한화 약 만 원) 정도면 충분한 양과 퀄리티의 식사를 할 수 있으며, 매일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는 프로모션 가격으로 더욱 가성비 좋은 식사를 제공합니다. 더불어 Manekin의 크레페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포장 옵션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크레페의 크기와 재료의 풍부함도 인상적이며, 신선한 샐러드나 추가 소스 같은 사이드 메뉴 역시 메인 요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 만족스러운 한 끼를 완성합니다. 식사 후에는 디저트 크레페나 음료를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으로, 가격, 맛, 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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