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ilnine

by 달숲

2024-05-18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길을 걷다 문득 눈에 띈 식당에 들어갔는데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해 보신 경험, 다들 한번쯤 있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의 주인공인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이 저에게 그런 식당이었습니다. 식당 이름 한 번 길고 어려운데, 쉽게 말하자면 ‘월드 매니지먼트 센터’라는 뜻입니다. 드디어 바르샤바의 날씨도 많이 풀린 김에, 주말 아침 산책을 하러 나왔다가 이렇게 아주 야망 넘치는 이름과 흥미로워 보이는 인테리어에 끌려 식당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Wisła 강 너머의 Praga 구역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지역과는 약간 떨어져 있는 편입니다.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입구 (출처: centrumswiata.com)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입구 (출처: centrumswiata.com)

그래서 그런지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을 꾸준히 방문하는 손님들은 전부 현지인들이었는데,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숨은 명소인 듯한 느낌에 주문 전부터 왠지 더욱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마침 아침 프로모션 시간에는 아침 메뉴를 주문하면 클래식 커피, 차, 주스류를 5zł(한화 약 1,700원)에 마실 수 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어떤 메뉴를 고를지 잠시 고민하다가, 이름이 재미있어 보이는 Hiszpański Omlet(스패니쉬 오믈렛)과 라떼를 주문했습니다. 메뉴판 하단에는 귀여운 강아지 일러스트가 있어 눈길이 갔는데요. 읽어보니 강아지를 위한 아침식사 메뉴를 별도로 주문할 수 있고, 강아지가 마실 물은 무료로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또한, 매일 다른 메뉴로 제공되는 ‘집밥’ 스타일의 점심 세트는 수프, 메인, 물까지 포함해 30zł에 즐길 수 있었습니다. 메뉴에는 비건 옵션도 포함되어 있어 다양한 취향을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메뉴판 (사진: Datilnine)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메뉴판 (사진: Datilnine)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야 이곳의 특색 있는 인테리어 요소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한쪽 벽면에 달을 가리키고 있는 우주비행사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천장을 실제로 지나는 배관과 이어지는 장면인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전체 인테리어에 방해가 될 수 있었던 배관을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이용한 아이디어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식당 입구 바로 옆에 바 코너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모든 음료 메뉴가 제조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문한 라떼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단돈 5zł의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쁜 라떼아트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고소하고 살짝 쌉쌀한 라떼를 한 모금 마시니 온몸이 따뜻하게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내부 (사진: Datilnine)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내부 (사진: Datilnine)

5zł 라떼 (사진: Datilnine)

5zł 라떼 (사진: Datilnine)

잠시 후, 식사 메뉴인 스패니쉬 오믈렛과 지인이 주문한 Jajecznica z 3 jaj(계란 3개로 만든 스크램블드 에그)가 동시에 서빙되었습니다. 익힌 토마토 한 조각과 함께 피자 모양으로 등장한 스패니쉬 오믈렛은 다양한 부재료가 잘 보이도록 배치해 놓아, 먹기 전부터 호기심을 한껏 불러일으켰습니다. 스패니쉬 오믈렛은 계란, 감자, 버섯 등 친숙한 재료들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초리조 소시지의 매콤함이 마치 포인트처럼 끝맛을 장식했습니다. 또한 메뉴판에는 특정 종류의 크림을 사용한다는 언급은 없었지만, 직접 먹어보니 사워크림처럼 약간의 산미가 있으면서도 요거트처럼 부드러운 식감이었습니다. 신선한 재료로 갓 만들어 촉촉하고 따뜻한 오믈렛과 차가운 크림의 조합이 재미있었고,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렸습니다. 저는 스패니쉬 오믈렛이라는 음식 자체를 처음 먹어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몰랐는데, 촉촉하고 부드러운 계란의 식감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 기름을 두른 팬에 계란물을 두껍게 올리고 뚜껑을 닫아 약불에서 찌듯이 익힌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제가 봤던 메뉴 설명에는 닭고기를 사용한다는 말은 없었는데, 약간의 닭고기도 함께 들어 있어 맛, 영양, 포만감까지 풍부한 한 끼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메뉴를 저녁 식사로 먹더라도 정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패니쉬 오믈렛과 스크램블드 에그 (사진: Datilnine)

스패니쉬 오믈렛과 스크램블드 에그 (사진: Datilnine)

식사를 하면서 둘러보니 식당이 지하 공간이 있는 복층 구조로 되어있어, 혹시 지하 공간을 구경해도 되는지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흔쾌히 괜찮다고 해서 계산 후 직접 내려가 보았습니다. 그러자 또다른 느낌의 아늑한 공간이 등장했습니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최대 80명까지 동시 수용이 가능한 클럽 공간으로, 고객의 요구에 따른 맞춤 메뉴를 제공하고 공연·이벤트를 위한 무대까지 마련되어 있어 파티 행사를 기획하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 클럽 공간뿐만 아니라 최대 160명까지 동시 수용 가능한 전체 공간의 단독 임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자체에서 수시로 진행되는 자세한 이벤트 정보는 웹사이트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지하의 클럽 공간 (출처: centrumswiata.com)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 지하의 클럽 공간 (출처: centrumswiata.com)

이날 2인이 두 가지 아침 메뉴, 클래식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총 60zł(한화 약 2만원)을 지불했는데, 음식의 퀄리티와 서비스 등을 따져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우수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이곳은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다양한 성격의 이벤트들, 1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넓고 아늑한 공간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목적 장소였습니다. Centrum Zarządzania Światem(월드 매니지먼트 센터)라는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이 공간은 비록 인기 관광지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지 분위기와 독특한 공간의 매력을 찾고 계신다면 한번쯤 방문해 볼 만한 곳입니다.

귀여운 영수증 박스 (사진: Datilnine)

귀여운 영수증 박스 (사진: Datil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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